폭싹 속았수다
2025 ㅣ ★★★★★ ㅣ 로맨스, 시대극, 드라마, 휴먼, 가족, 청춘

 

포스터를 고르는 과정에도 고민이 많았다. 사실 폭삭 속았수다를 끝까지 보고 난 다음에 이 드라마의 시작과 종착역이 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둘이 애달팠고 가장 기쁘던 계절을 기념하며 여름을 골랐다. OST 선정도 비슷한 이유. 작품을 관통하는 대표 음악보단 가장 인상에 깊은 것을 픽했다. 여운도 많고 눈물도 많았던 드라마…. 사실 이만큼 울면 수도세 내야해. 눈물세까지 내면 6점이 되겠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뜻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시적으로 담아둔 표현이라 좋았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땐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 길을 걷게 되는 것.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픔을 다루지만 후회하지 않는 애순이가 좋았다. 평범한 누군가의 인생에도 이만한 풍파가 있고, 그만큼 많은 도움 아래서 살아갈 수 있다는 기쁨. 동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세대를 다루면서 그 인생을 단순히 위로하기 위해 '나쁘지 않았다' 고 말하기보단 이 모든 과정이 있었음에도 괜찮았다고 인정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고된 생을 전시하기보단 이런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사람들에게 수고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지난 세대를 위한 헌정이 아닐까 싶어. 이미 이렇게 살아온 인생 못났고 모자랐다고 할 이유가 없으므로…. 누군가는 비판할 수 있고 정신승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는 호였으니 괜찮아~. 

 

가장 힘든 순간 버티게 해주는 것은 가족이겠지만, 그 힘든 순간을 만드는 것도 가족이다. 이곳에선 혈연을 다루고 있다지만 상대는 함께하고픈 누군가로 대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관식이의 존재는 판타지라고 느끼지만) 가장 가깝기에 서로 상처주는 것이 당연하고 서로 모자란 것만 생각하는 관계. 그 간극을 잘 표현해준 드라마라고도 생각했다. 한없이 사랑하면서도 대화할 땐 원수가 따로없고 그만큼 도움을 받아도 돌아서면 얄밉다. 우리 세대를 말하자면 금명이도 아니고 금명이가 기른 딸내미 세대인데도 무언가를 귀애하는 마음만큼은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이 윗세대를 더듬어 올라가게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당장 나만해도 거의 교류가 없는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그 고생을 짐작케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디가 좋았다. 얼마나 좋았다. 정도의 글만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짧게 써야지. 특정한 어딘가에서 감명받기 보단 애순이의 인생을 같이 더듬어가며 하나의 아름다운 봄날이었음을 이해하면 충분하다. 정말 장해 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