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 좋아했던 영환데 지인들이 본다길래 같이 탑승해서 재탕함. 학생 시절엔 손에 꼽게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다시보면 어떨지 감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 루즈함을 즐길 수 있을지도 궁금해서 기대됐다. 포스터는 2013년 리메이크 버전! 탁하던 하늘이 좀 더 산뜻하게 되어 둘 얼굴도 한층 밝아보인다…. 좋아하는 아이의 사진을 직접 인화해서 책에 끼우고 다니고, 씨뱉는 장면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시대의 배경이나 이른바 노란 장판의 땟국물이 묻어날 것 같은 소박한 소품들. 영화의 색채라고 생각하면 고즈넉한 가을 배경인데(제목: 8월인데요?) 사진관을 볼 때마다 노란색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제목:크리스마스라고요) 유정원이란 캐릭터를 꽤 오래 추억하고 좋아해서 단정한 스타일 선호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흑 흑 흑 흑)
여유가 없었던 도입의 출근 씬이나 처음으로 화를 내고 오열하던 파출소 씬을 제외하면 그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일상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 자체의 색을 로맨스라기보단 유정원 인생의 다큐라고 생각하는데 자극적인 사건없이 덤덤한 일상만 이어가면서 끊임없이 그 인물을 관찰하고, 덤덤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밤에 이불 덮어 쓰고 우는데 방 너머에서 아버지가 듣고 있는 장면은 너무 슬프더라…. 이것만큼 더 큰 슬픔을 준 건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 가운데 당겨주는 씬이다. 윽! 이거 스스로의 상처를 후벼파며 쓰는 후기임. 감독이 그러기를 막연하게 사진사라는 직업을 먼저 떠올리고 젊은 영정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작성한 각본이라고 한다. 혼자 영정 사진을 찍고 막연한 죽음을 예감하며 살아가는 일상은 어떨까에서 출발한 이야기인데 영화로 마주하면 이 고요함은 아프지 않은 상실로 다가온다. 잃었지만 실감되지 않고 일상이 바래지 않으나 무언가 부족한….
결국 장르는 로맨스므로 마지막으로 향하며 김다림을 다시 만나러 간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만나고 싶어하면서 끝내 닿지 않는다. 편지도 읽고 수소문하고 바로 발치에 있음에도. 사실 이 장면은 병원에 다림을 부르지 않은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끝내 부치치 못한 편지나 만남은 그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한 번 더 추억을 만들지 않고 다림이 이런 일상을 잊고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관객의 입장으로서 다시 만나 그들이 한 때나마 마음을 나누길 바라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하게 진행된다. 도파민이 나올만한 상황을 쉽게 만들어주지 않음(ㅠ ㅠ) 결국 만나지 않고 혼자 영정을 찍는 것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이어지는 누군가의 생은 새로운 만남과 내일을 향해 나아가니까……. 상투적인 메세지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과 영정 씬에서 주는 충격은 은은하게 이어져 그보다 복잡한 감성을 줘서 좋다. 리뷰는 안 쓰고 넋두리하고 있네. 오랜만에 봐도 정말 좋았다! 마지막 나레이션의 여운이 오래 그리웠어.
▼ 지나가는 대화지만 오래 생각남
부를 사람 없어? / 보고 싶은 사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