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2024 ㅣ ★★★★★ ㅣ 공포, 고어, 블랙 코미디, 스릴러, SF, 서스펜스

  

 

* 스토리 순서 나열 상관없이 마구잡이 기억나고 말하고 싶은 순서로 리뷰합니다.

* 표현 수위가 높은 영화이며 스포일러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호였던 요소! 화면 구성이 감각적이고 눈이 즐겁다. 장면을 교차하는 방식이나 긴 샷으로 배경을 넓게 빼는 장면 모두 아름다웠다. 초반에 강렬한 색채를 쓴 복도나 에어로빅 의상에서도 느꼈지만 상징성을 눈에 두드러지게 표현해 명쾌하고 좋은 느낌을 줘…. 해석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대로 이해하면 되는 영화. 캐치프레이즈가 단순하고 쇼츠처럼 파바밧 지나가는 연출들이 세련되어서 이야기의 속도감 빠름. 실제로 몇 시간짜리 영화였는지도 인지가 안 될 정도인데 140분짜리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음. 첫 장면에서부터 직접적이라고 느낀 건 생일 축하를 들으며 도착한 복도 끝의 여자 화장실이 닫혀있는 장면인 듯. '대중이 엘리자베스를 통해 소비하던 여성성이 끝났다' 를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확인사살하는 사장은 덤. 새우 진짜 너무 더럽게 먹어서 연기 중 가장 어려운 게 먹는 연기라는데 배우라는 이런 지점까지 올라야 하는가(ㅋㅋㅋㅋㅋㅋ) 진짜 확대된 얼굴도 소리도 너무 끔찍해 제일 불쾌한 장면으로 꼽겠다. 

 

바로 앞 항목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 가장 특별한 장소는 화장실이라는 점이 재밌었다. 엘리자베스가 알몸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장소이자, 또한 본질을 감추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초반엔 보는 나도 두 개의 몸, 하나의 정신으로 파악하다가 균형이 깨지면서 둘은 별개의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정확한 시점이 화장실 뒤의 공간에 엘리자베스를 감추고 혐오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다. 스스로의 감정도 충동도 전혀 통제하지 못해 서로를 다른 존재로 여기고 미워한다. 본인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싶어 하므로 두 사람이 되어버린 거야…. 시작부터 파멸이 예정되어 있었다지만 친절하게 네네. 여기까지 엘리베이터 내려갈 겁니다~. 떨어질 층수 다 눌러서 보여주고 시작했다고 생각함. 살다 살다 화장실 얘기만 줄줄이 쓰게 될 줄 몰랐는데 저 그렇게 화장실 안 좋아합니다. #어디에변명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장면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앵글인데 오프닝 영광의 거리의 별이 그러했고 샤워실에서 엘리자베스와 수의 몸을 교차할 때도 늘 같다. 폭력적인 장면이었지만(볼 때 힘들었음)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에선 하나의 이야기가 정말 끝나버렸다는 기분에 후련함마저 느껴짐. 이 영화에선 반복적인 대사, 반복적인 연출, 반복적인 앵글. 여러 번 보여주는데 과하다는 느낌도 없고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질리지도 않는다. 본인도 편집하면서 너무 재밌었을 듯…. 의도를 지닌 앵글이 과감하게 쓰인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 힘이 느껴지고 좋구나.

 

서브스턴스를 권유한 간호사의 비밀을 듣고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메모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프레드를 만나기 위해 치장하다가 폭발로 이어지는 장면은 아마 나 말고 모두 언급할 만큼 압도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함. 정말 자기 얼굴을 잡아 찢을 것 같다는 공포에 시달리면서 봤다(ㅠㅠ) 붉은 화장을 고치다 마구잡이로 지운 거라 언뜻 피투성이처럼 된 얼굴이 인상 깊었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때 엘리자베스가 입은 붉은 드레스 뒤에 달린 지퍼가 현재 몸 상태랑 같아서 의상도 엄청 신경 썼다고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 시상식 드레스는 별로였어 #갑자기취존안함 이거 쓰고 나니까 깨달은 건데 엘리자베스의 상징인 푸른색 드레스로 해준 거잖아? 수의 에어로빅 파트들은 선정적이라기보단 우스꽝스럽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노골적인데 포스터로 있던 닭다리가 여기서 나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이 파트가 꿈인지 현실인지도 아직 모르겠어서 유일하게 어리둥절하게 넘어간 부분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준히 이 영화에서 사용한 상징이 계란이라 그런가? 유독 잔인하게 조리되는 닭들이 안타까웠다. 이후에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은 스케줄러에 수는 이름을 쓰지만 자신이 살아있는 시간엔 엑스자를 치는 장면, 수가 길게 시간을 독점하고 깨어난 직후의 엘리자베스의 비명. 보면서 메모한 건 이 정도인 듯. 엘리자베스가 둘을 분리하는 듯한 언동은 정말 인격조차 다른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주게 하는 것도 재미있는 장치. 

 

두 번의 배신으로 늙고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를 멈출까 갈등하는 장면에서 결국 자신(본질)을 지켜내기보단 수의 젊음과 영광을 누릴 것을 바라게 된다. 수는 애초에 사람보다는 하나의 수단(욕망의 수단, 또는 소비되는 대상)으로 연출되는데 이런 물화 현상은 엘리자베스에게도 마찬가지라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의식이 없이 신체만 남아있을 때도 그 안에 의식이 들어있을 때조차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사랑받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등장에 이르기까지 수의 이빨이 빠지고 손톱과 귀까지 떨어지는 장면은 솔직히 호러보단 코믹을 가미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부분은 기침하는 소리가 묘하게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들리는 대목이었던 듯. 괴물이 된 이후에 장식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길어서 오히려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기 위해 기모으는 중…. 본격적으로 B급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엘리자수를 보며 장르를 이토준지 매니악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초반엔 몰입이 잘되어서 좋았고 후반은 모든 논리를 파괴하는 스토리 진행이 상당히 호였음. 돌이킬 수 없게 되고나서야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오려 붙이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너무 서글프다(ㅠㅠ) 노렸했으나 실패한 존재(...)에 대한 호감도가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여기까지 다다라서야 이 캐릭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느꼈음. 이젠 제대로 말도 못하게 된 몸이지만 이 장면에 도달하기까지 수가 자신이 치웠던 엘리자베스의 사진을 가져오고 후회했기 때문에 생긴 감정인 듯. 

 

그리고 이 영화의 끝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털기 춤…. 연말 쇼에서 하는 피분수 장면은 너무 큰 카타르시스를 줘…. 거의 락 페스티벌이었음. 머리만 기어 바닥의 별에 도착해 환상을 보는 장면은 후련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어우~~! 개운해~~~! 별 다섯개 드립니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도 보는 사람도 상당히 고통받는 구조기 때문에 환상에 벗어나지 못한 엘리자베스와 비참한 결말에도 해방감을 느꼈다. 그래서 마지막에 도리어 깨끗하고 명징한 기분이 들었던 거겠지.

 

 

 

모든 화면이 강렬하고 등장인물들의 힘이 남다른 영화라고 느껴졌다. 두 인생을 매 순간 클라이맥스로 사시네…. 미의 대한 집착, 대중의 시선, 인간의 물화, 늙음에 대한 공포 등등 모두 내포하고 있지만 가장 강렬하게 느낀 키워드는 자기혐오였던 것 같다. 유어 마이 셀프. 스스로를 케어하고 사랑하라고 윽박지르는 영화. 바디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한번쯤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공포영화는 늘 덜어내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저예산이면서 오만다리 걸치는 영화들이 너무 많음) 오랜만에 만난 수작이었다. 

 

▼ 사실 느긋하게 보고 싶었는데 예랑가랑 요약영상 보고 싶어서 달렸음. 리뷰 보는 사람들이라면 영화도 본 사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