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까지 상당히 망설였던 영화중 하나인데 이유는 원작을 쓴 작가가 남자고 감독도 요르고스 란티모스이고(…) 섹스 씬이 많다는 주의를 너무 많이 들어서 혼자 보고 망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재로 망작이면 밑도 끝도 없는데 상까지 휩쓸고 있어서 날 혼란스럽게 해. 호불호 많이 탈 것을 예견하며 (이미 시작부터 기대치 별 한 개로 시작함)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실제로 초반의 보들 더 보들 난리통에 같이 보던 지인 한 분 하차하심 (ㅠㅠ)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다루는 방식이 꼭 성욕이어야 했나 싶지만 원하는 주제를 입력하기 위해 얼굴에 펀치하는 영화는 늘 있어왔기에 버티기로 했다.
벨라는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한 여성의 몸에 신생아의 뇌를 결합하여 탄생했다. 사실상 엄마와 자식인 셈이 되는데 이건 둘째 치고 아버지의 통제 속에 유아기의 발달부터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을 밟게 된다. 아마 영화를 보는 대다수가 느꼈을 불쾌감은 여기서 발생하는데 나 역시 벨라가 자유를 표현하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의 거부감을 떠나서 진취적인 여성이란…. 자유로운 여성이란…. 극단적인 어떠한 프레임이 끼워지는 것이라~. 하아~~. 꼭 성적으로 개방되고 욕망에 충실해야지만 주체적인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하는 한 편 남자들의 생각은 어쩔 수 없나 싶기도…. (-1) 하지만 오로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했던 것은 그런 난잡하고 불쾌한 흐름 속에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성장도 섬세하다기보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나 성장하고 있어요! 하고 귓전에 소리지르는 격이었지만 인간이란 또 꾸역꾸역 해낸 일에 보상이 있으면 그 보람으로 보는 법. 딱 이런 보상감으로 영화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파트는 배 위에서 펼쳐지는 동화같은 첫 모험과 유람선 바깥에서 살아가는 빈민가를 보며 계단에서 오열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 하나로 별점 하나를 올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무도회에서 같이 춤추는 장면은 진짜 즐거워 보여. 최근 봤던 영화 <위키드> 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무도회였어서 역시 춤과 노래는 대충 다 해결해주나 싶다. 다만 이후에 런던 꼴값쇼 때문에 다시 낮아지는 평가. (왜 이딴…) 하지만 별점 3개나 남겼죠? 하나는 배우들의 열연과 피와 땀, 화려한 영상미를 인정한 값입니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 장르 분류에 로맨스는 빼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얽매었던 과거나 어떠한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은 자신이라고 말하는 결말. 전 남편에게 이룰 복수도 이루고 자신의 창조주에게 받은 집에서 자신을 받아들여 줄 남자를 선택해서 함께 가정을 꾸린다. 이런 저런 상징적인 것들도 많고, 여성 서사에 집중한 건 사실이나 사실 이 디테일들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다만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와닿았으니 평작으로 치기로 했다. 사실 무수히 깎아먹은 점수들을 뒤로하고 최종 평가가 좋게 뽑힌 이유는 결국 이 영화가 가벼운 것은 가볍게 표현해서 헛웃음한 값을 제법 쳐준 셈(…)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봤을 때 시간 낭비 했다는 생각까진 안 드는 작품.
https://brunch.co.kr/@varda/8